난 술을 정말 좋아한다.
일주일에 2회는 먹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자주 먹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블랙아웃도 심해지고, 어느날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주정을 부렸었다.
작년 이맘 때 쯤도 조절을 못 하고 만취가 됐는데 또 남편이 뭐라고 할까봐 거짓말까지 해서
남편이 엄청 화가 났었다.
술을 절대 못 먹게 했다.
보건소에 가서 알콜 상담도 했었다.
그러다가 한달 정도 지나서 여름이 되고, 남편이 시원한 생맥주가 먹고싶겠거니 하며 맥주를 마시라고 해서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무뎌져 몰래 낮에 동네 엄마들이랑 몇번 먹기도 하고...
그 동안 들키지 않고 잘 조절해서 먹었었는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듯이
저저번주에 계곡을 가서 만취가 되었고
또 그 다음주에 바로 조절을 못 해서 만취가 되었다.
계곡 간 날도 한참 어지러워서 정신이 없을 때 남편과 통화를 해서 들켰었는데,
며칠 전에는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해서 들켰다.
남편은 화가 정말 머리 끝까지 나서 이제 이러다가는 더 이상 나랑 못 살겠다고 한다.
나와의 결혼을 처음으로 후회한다고 한다.
그냥 나에게 아무런 기대도 안 할테니 아이들 클때까지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한다.
절망스러웠다... 아이들 잘 키우고 남편이랑 백발 될 때까지 손 꼭 잡고 사이 좋은 노년을 기대했는데...
내가 술을 완전히 끊기 전 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에게 신뢰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번 아이들 데리고 이런 일이 있으면 이혼하고 자기는 아이들 고모 동네로 이사간다고 한다.
아마 이혼 소송까지 가더라도 판사는 자기 얘기를 들어줄거라 한다.
술 문제를 일으킨건 100% 나의 잘못 이지만, 억울한 감정이 계속 올라온다.
내가 여태까지 어떻게 참았는데...
단순히 술 때문으로 아이들을 뺏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억울했다.
나도 결혼을 후회한 적 많은데... 한번도 입 밖으로 꺼낸적 없는데...
결혼 초반 싸우고 엉엉 울때 한번도 눈물 닦아주지 않아서 돌도 안 된 아기 안고 눈물 훔치던 날들...
본인 목이 다 쉬도록 허구한 날 소리지르고, 막말 하던 날들... 젓가락 던진 날...
첫째 돌쟁이 때 버릇 고쳐주겠다며 뚝 그치라고 소리지르면서 애기 발바닥 때리던 날..
내가 말리니까 방문까지 걸어 잠그며 때렸었지...
둘째 임신 6~7개월 즈음, 너 혼자 임신하냐며 그럴거면 애기 지우라고 한 날...
집안일 육아 내가 시켜서 하지 말고 알아서 같이 좀 하자고 하면 그럼 나 만큼 너도 돈 벌어오라고 한 날들
내가 술 조절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결혼 8년차 동안 자유시간 한번도 준 적 없고,
친구들도 자기가 맘에 안 들어하는 친구는 못 만나게 하고
아이들 어릴때는 한번씩 나들이를 가도 안 싸우고 돌아오면 다행이었지.
나는 얼마나 많은 수모를 아이들 보면서 이 악물고 참아왔는데,
잘 살아보려고 잊고 묻어뒀던 감정, 기억들이 스물스물 올라오면서 계속 억울하다.
내가 술만 끊으면 다 해결 될까?
그래 차라리 그냥 오빠 말대로 남처럼 사는게 나을까?
주변에 쓰레기 같은 사람들 밖에 없으니까 그딴 쓰레기같은 생각이나 하지...
어떻게 단 한번을 그러려니 하는게 없을까...
내가 진짜 문제인건가?
그러게 나한테 그 동안 한 달에 한번이라도 자유시간을 줬으면 내가 낮에 몰래 먹을 일도 없고, 애들도 피해 볼 일 없었잖아.
자기는 일 한다는 핑계로 허구한 날 나가서 술 마시면서...
생각할 수록 억울하고 정말 싫다...
오늘은 7번째 결혼 기념일이다.
결혼 기념일도 앞으로는 안 챙기겠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결혼 기념일까지 안 챙기겠다는 건 진짜 너무했어...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술도 끊고 다이어트도 제대로 해보자.
앞으로의 제 금주를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