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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주 일기 -2

by zinamu 2025. 9. 10.

오늘로써 금주 5일째 이다.

저번주 금요일에 그 사단이 나고서 한 방울도 안 먹었으니 말이다.

 

남편은 8일 결혼기념일 날, 정말로 저녁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나 비참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정말 안 좋은데, 둘째가 말을 안 들었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해야 할 학습도 안 하려고 하고, 하기 싫은 티 팍팍 내며 마음에 안 드는 행동만 했다.

'나도 기분 안 좋아 죽겠는데, 나도 나가고 싶은데 왜 난 애들 보느라 나가지도 못 하고 있어야해?'

또 억울한 마음이 뭉게뭉게 퍼졌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지면서 당장 김치냉장고에 있는 맥주 2캔을 원샷 하고싶었지만 꾹 참았다.

결국 폭팔해서 아이들에게 또 상처를 줬다.

아이들은 안 방에 티비를 틀어주고, 나는 다른 방에 들어가 누워 엉엉 울다가 혼자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 조용해지니 첫째가 나를 불렀다.

3-4번을 불러도 대답을 안 했더니 둘이서 방에서 나와 나를 찾았다.

"오빠... 엄마 진짜로 떠났나봐..."

그러던 순간 첫째가 나를 발견하더니 동생을 보며 "쉿..." 하며 방문을 살짝 닫아준다.

 

9시가 조금 지나 아이들이 알아서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양치를 하며 잘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곧 조용해졌다.

언제 이렇게나 컸을까...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들어 얼른 안방으로 가봤다.

역시나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워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둘을 꼭 껴안아주며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사실은 엄마 아까 진짜 기분 안 좋았어... 그래도 너희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 미안해"

첫째는 울먹거리며 "괜찮아요 엄마. 다시는 그런 무서운 말 하지 말아요..."

둘째는 "엄마 떠나가면 저도 하늘나라로 떠나갈거에요..."

또 눈물이 났다.

그깟 술이 뭐라고...

진짜 엄마가 앞으로는 달라진 모습 보여줄게...

 

남편과는 금요일 이 후로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냉랭하다 방금 통화로 풀었다.

조건은 내가 다시는 한 방울도 술을 먹지 않는 것이다.

내가 또 그러면 자기는 죄책감 없이 바람을 피겠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바람피고 싶었냐? 물으니 자기도 새 출발 해야하니 그렇다고 한다.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만, 아무튼 술 끊겠다고 다짐의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10월 23일에 있을 여동생과 아들과의 일본 여행이 좀 맘에 걸려

(절대 안 먹겠다고 했는데 또 먹게 되면 거짓말 하는거니까)

그때만 혹시 먹고싶을 수 있으니 아들 재우고 숙소에서만 먹는거 허락해달라고 했다.

남편이 알겠다며 그럼 그 대신 그 후에는 술 끊는 약 처방받아 먹으라고 한다.

여동생과 단 둘이의 여행은 처음이라, 그것도 일본 여행이라 자신이 없어서 얘기했다.

가서 최대한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을 생각이다.

어쨌든 여행 전까지는 한 방울도 안 먹을 예정이니, 일본 여행때도 안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쁘게만 살다 보면 술 마시는걸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먹으면 나만 좋은 술, 내 가족들은 싫어하는 술, 깨고 나면 후회되는 술,

적당히만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제 진짜 안녕이다.